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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딩 룸을 회고해본다 6 (기법)

by systrader79 2017.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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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딩 룸을 회고해본다 6 (기법)

가끔 한 사람이 익힌 기예가 그의 정신이 되기도 하고 때론 그의 혼이 되기도 한다. 흡사 내림 받은 신에 따라 무당의 삶이 바뀌듯 말이다. 예술가가 손끝을 통해 표현하려 애써온 감성이 세월을 타 그의 얼굴에도 각인되듯, 자신이 혼을 담은 타이밍이 온몸과 온 생활에 각인되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얼마나 격렬하게 싸우고 물러서고 치열하고 겸허하기를 반복하느냐에 따라 트레이더들도 특유의 성품이 빚어지는 것 같다. 스캘퍼들은 격노를 안고 살지만, 자기에겐 자비롭기도 하고, 포지션 트레이더들은 관망에 익숙하지만, 후회가 깊다.

이런 이야기를 풀어 보려면 매매 기법이 무엇이 있는지부터 한번 살펴봐야 할 것 같다.

대한민국에서 선물옵션 트레이딩을 한다면 크게 스캘핑, 양매도, 포지션 매매, 세 가지가 있다. 서로 간의 영역이 상당폭 뒤죽박죽 섞여 있지만.

스캘핑은 초단타 매매부터 단타 매매까지를 일컫는다. 평균 포지션 보유 기간이 짧게는 0.01 초인 사람도 있을 것이고, 길게는 30초 혹은 그 이상도 될 것이다. 진입의 이유는 시장의 방향을 읽어서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시장의 방향과 상관없이 해당 투자 상품이 갖는 특성상 발생하는 가격 움직임을 활용하였을 수도 있다. 예컨대 어떤 선물 혹은 옵션 종목이 이상하게 한 달에 한 번 경기를 일으켜 위아래로 다섯 번 흔들린다고 해보자. 그걸 포착해서 매매한다면 그것도 스캘핑이며, 실제로 이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패턴도 존재한다. 단기적 시장 현상을 이용한다면 그것이 기계를 활용하는 매매건 아니건 간에 스캘핑이라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어떤 분은 스캘핑 포지션을 진입해 2~3시간에 걸쳐 청산하는 경우도 있는데, 다만 그런 포지션이 진입할 기회는 2~3초밖에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것도 찰나의 승부이니 스캘핑이 아닐까 한다.

양매도는 시간의 길고 짧음으로 구분한 매매는 아니다. 옵션 상품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가격이 저렴해지는 성질을 이용해서 포지션을 운용하는 방법이다. 장중 매매인 경우가 많다. 보험사와 비슷하다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때 그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보험’을 발행하는 행위와 원론적으로 같으니까. 달리 얘기하면, 특별한 일이 발생하기 전에 낌새를 느끼는 능력이나, 발생한 이후에 대응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단순한 보험 발행 따위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돈을 버는 보험사를 경영하기는 힘든 법이다. 나는 오늘 얘기하는 세 가지 매매를 결국엔 다 섞어서 사용하게 되었지만, 커리어의 큰 줄기는 양매도에 있었다. 양매도가 무슨 매매인지 가끔 답을 잃었을 때는 200년 전에 런던 어느 커피집에서 보험을 발행했을 갈색 정장의 남자를 생각해 보았다. 내가 아는 모든 정황상 이 보험을 발행해도 되는 것일까, 혹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어떤 실패의 징조가 눈앞에 스친 것은 아닐까, 내 옆자리에서 남들이 정신없이 보험을 발행해준다고 나까지 휩쓸리는 것은 아닌가, 같은 고민을 할 때 말이다. 보험 발행의 묘는, 한순간의 큰 사고를 피하는 것이다. 지나치게 주의 깊은 사람이 용맹한 사람을 이기는 게임이다.

국내 증권사에 유달리 양매도 팀이 많아 트레이딩 룸의 주 수익원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제도적인 이유 덕분이다. 증권사는 옵션 매도 포지션에 대해 장이 끝난 후에 증거금을 정산한다. 개인은 옵션을 거래할 때 실시간으로 증거금을 정산해야 하니까 큰 차이가 있다. 달리 말하면 장중에 100억 원의 증거금이 필요한 포지션을 구축했다가 장이 끝나기 전에 청산하면 실제 증거금을 마련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부러울 만하다. 물론 증거금이 무제한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몇 가지 제도적 이점으로 인해 증권사 트레이더들은 개인으로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이득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아무나 데려다 놓는다고 돈을 벌 것이란 얘기는 아니다. 진짜 타짜들을 모아 놓는다면, 승률이 50%냐 50.5%냐에 따라 아주 큰 결과의 차이가 발생하기에 이 정도만 해도 큰 차이라는 것이다. 또한, 증권사 주문 시스템이 자기자본 전용과 개인 고객 전용으로 구분되어 있어서 결국 자기자본 트레이더들의 주문이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체결된다. 수수료가 저렴한 것은 물론이다. 양매도 매매만으로 개인 매매에서 성공하기가 그만큼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이런 제도적 이점들은 스캘퍼에게도 동일하게 작용하지만, 양매도가 스캘핑보다 다소 더 전수가 쉬웠던 이유는 이 점 때문이다.

때론 양매도나 양매도의 구조적 이점에 대해 허황된 해석들을 인터넷에서 읽기도 하였다. 대부분 어디서 잘못 줏어들은 얘기를 택도 없이 부풀려서 써놨다. 심지어 그런 정보들을 접한 스캘퍼 마저 양매도를 혐오하는 경우도 봤다. 증권사가 매도 포지션을 가져가는 것은 너무 쉬워서 차라리 비윤리적이라는 시선인 것이다. 어떤 분은 양매도가 뭔지조차 잘 몰라서 옵션을 ‘매도’하는 행위는 다 허접떼기들의 전략이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주식을 매수 해서 돈 버는 사람은 하수라고 얘기하는 것과 비슷하게, 무식하고 오만한 얘기다. 고수는 매수만 해도 돈을 벌고, 하수는 매도만 해도 돈을 잃는다. 매수건 매도건 유리할 건 하나도 없다. 어차피 모든 승부는 내기 당구처럼, 당구장 주인에게 수수료 떼고 나면 전체로선 손해다. 고수들은 수수료를 만회할 눈꼽만한 확률을 확보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 눈꼽만한 확률은 저 넓은 우주 수천억 개의 은하계 속에 먼지 한 톨처럼 미묘한 곳에 구체적으로 숨겨져 있다. ‘근처에 있는 것은 다 탐색 당했기 때문’이라는 문병로 교수님의 말씀을 빌려본다.

포지션 매매는 며칠에 걸쳐 포지션을 가져가는 매매로 통칭할 수 있다. 엄밀히 말해 시장의 방향성을 보는 매매와 그렇지 않은 매매로 구분할 수도 있다. 시장 예측을 귀신처럼 해내는 분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99%는 시장 예측을 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지다가 파멸하고 만다. 방향성 예측 매매를 ‘스펙 매매’ (speculative trading, 투기성 매매)라고 부르는데, 야구로 치면 투수만큼이나 귀한 재능의 소유자들이며 또 한편으로는 투수만큼이나 압박감에 많이 시달리는 매매다. 대체로 이런 분들은 트레이딩 룸에서 잘 안 뽑는다. 이 악마의 매매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가능성이 너무나 희박하기 때문이다. 대신 스펙 매매를 깨친 분들은 개인으로서 투자하더라도 재벌이 될 정도로 성장한다. 선경래라는 트레이더가 있었는데 미래에셋을 나와 개인 투자를 시작하셨다가 2008년 하락장에서 1조 원을 벌었다는 전설이 있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시장 방향성에 대한 감각이 계발된다면 최고의 부자가 될 수 있다. 대다수의 1세대 헤지펀드 트레이더들은 이 감각으로 성공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제발 독자들은 시도조차 하지 말기를 권한다. 인류가 겪는 재무적 고통의 절반 이상은 시장 예측을 할 수 있을 것이란 환상 때문이다. 그래도 당신만은 특별하다고 믿지 말아달라. 스펙 트레이딩 마저도 대부분은 예측이 아니라 대응의 영역이다.

양매도나 스캘핑과 마찬가지로, 시장과 상관없이 규칙적으로 발생하는 특정 이점을 노리는 포지션 매매 유형이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매매로 생각하는 것은 일전에 언급한 레이시오 매매다. 헤지에 헤지를 거듭해 아주 구체적인 시장 현상만을 취하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시장 상황에서 옵션들이 행사가별로 순차적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여러 가지 이유로 강력히 반복하는 현상이지만 이것을 취해 이득을 보기는 매우 어려웠다. 레이시오라는 독특한 방법론만이 이 현상에 낚싯바늘을 내릴 수 있었는데 참으로 기이하고 훌륭한 전략이다. 이런 것을 차익거래라 부르기는 어렵고, 일종의 헤지 매매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헤지 트레이더들은 ‘무엇을 추구하기 위해 어떤 상품들을 서로 헤지시키느냐’에 대한 답을 정확히 갖고 있지 않으면 쓸데없는 헤지만 하다가 날밤 샌다. 주식도 잘 못 하는 사람이 주식을 롱숏으로 서로 헤지시킨다고 수익이 안정적이 될 리가 없다. 오히려 꾸준히 패착이 쌓여서 손실을 볼 가능성이 더 높다. ‘헤지’라는 단어 자체가 지나치게 미화되어 있는 셈이다. 포지션 매매에는 이외에도 ‘순수 차익거래’를 표방하는 유형들도 있다. 내가 레이시오를 정통으로 배웠다고 레이시오에 매우 치우친 평을 쓰는 점은 이해하시라. 이보다 더 세련된 류의 매매도 책을 통해 파편적으로 여러 번 접했는데, 비대칭적 수익 기회가 발생할 수 있는 원리와 환경을 정확히 이해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응용 가능하다. 여하간에 포지션 매매는 단타의 반댓말이 아닌가 한다. 단순히 매매시간이 길어지기만 해도 때론 포지션 트레이딩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시간 단위가 길어질수록 실력과 운의 역할을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하루에 100번 스캘핑을 하는 사람은 100일 동안 1만 번 매매를 해볼 수 있고, 그 정도면 스스로의 실력이 비교적 정확히 검증이 될 것이다. 하지만 예컨대 주식을 들고 1년간 홀딩하는 사람들은 그 결과가 실력에 의해서였는지 장세에 의한 우연이었는지 판단하는데 수십 년이 걸린다. 한 매매를 최소한 수십번은 반복해야 하나의 사이클이 완성된다. 그럼에도 장기투자를 하는 이가 한해 수익률이나 월간 수익률을 자랑하는 것은, 스캘퍼가 1회의 매매를 이겼다고 자랑하고 다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매매의 사이클을 여러 번 거쳐봐야만 장세에 의한 효과가 평가 가능하다는 당연한 이야기이다. 그러니 대여섯 번의 매매에서 승리를 거뒀다고 우쭐해 있는 사람을 보면 하수의 조기경보라 생각하고 피하라. 딱 그때가 가장 우쭐하기 좋은 때라 스스로 감추기 어려울 정도의 오만방자에 휩싸인다. 사이클이 지나간 후, 그런 이들이 생존해있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헤지펀드 트레이더라 하더라도 주식이나 장기월물을 이용한 매매를 하는 사람들은 2~3년간 별다른 실력 없이도 큰 실적을 올릴 수 있다. 사이클을 많이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의 눈에는 어디까지가 운이었는지 판단이 매우 어렵다. 국내뿐만이 아니라 특히 국외 금융업에서 초대형 사고들이 자주 일어나는 매우 본질적이고 고질적인 이유이다. 개인적으론 투자 사이클에 대한 이해가 뛰어나기만 해도 좋은 본부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국내 선물옵션 트레이딩 룸에서 이뤄지는 트레이딩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를 해봤다. 알고리즘 트레이딩이나 시스템 트레이딩도 있지 않느냐고 할 수 있는데, 사실 모든 트레이딩은 일종의 시스템에 의해 거래된다고 생각한다. 그 시스템이 트레이더 개인의 머릿속에 있을 수도 있고, 여러 트레이더의 회의를 거쳐 결정될 수도 있고, 여러 개발자와 함께 컴퓨터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니 시스템이 무엇이든 간에 크게 보았을 때는 전략의 성향을 구분 점으로 삼으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그렇다면 이들의 성품은 어떻게 다르다는 걸까?

스캘퍼들은 시장에서 초단타의 싸움을 계속한다. 하지만 한 번의 매매가 대세에 지장을 줄 정도로 중요한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목숨이 걸린 듯이 스스로 긴장감을 형성할 뿐이다. 스캘퍼들이야 말로 장중에 욕설이 가장 난무하는 분들이다. 체결 자체에서 수익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찰나의 망설임이나 불량체결로 수익을 놓치거나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순간의 고통이 매매 중 가장 큰 고통이다. 그러니 감정을 자주 표현한다. 한 분은 장중에 욕설이 너무 심했는데, 어떤 때는 자기 얼굴을 때리며 자학까지 해서 주위 사람들이 힘들었다고 한다. 재미난 것은, 하도 시끄럽게 분통을 터뜨리길래 당일 손익을 보면 +300만 원을 버는 중인데 순간의 실수로 -10만 원을 잃었거나 하는 식이었다는 것이다. 손실이 커져서 자학하는 것이 아니라 대개는 이기는 게임 중에 자신의 집중력 저하를 꾸짖는 것이다. 실제 손실 중인 트레이더들은 남들이 눈치챌까 봐 묘하게 조용해진다.

스캘퍼들은 시스템이나 체결 등의 영향을 많이 받다 보니 장비를 중시하기도 하지만, 역으로 미신이나 리츄얼을 진지하게 시행하기도 한다. 미역국을 먹고 출근하면 체결이 미끄러진다고 생일날에도 미역국을 안 먹거나 하는 식이다. 이런 분들은 사실 매일의 트레이딩이 매우 단순한 영업의 반복이다. 그러다 보니 거시적인 시장에도 관심 없고 업계의 규율에는 더욱 관심 없어서 아무 때나 출퇴근하기도 하고 회사 문화에 섞이지 않곤 한다. 대체로 팀원들 간에도 공동책임은 거의 없고, 각개 손익을 가지고 각개 계약을 하는 편이었다. 내가 번 만큼만 칼 같이 가져간다는 뜻이다. 실제 같은 스캘핑 팀에 앉아 있어도 기법이나 타이밍이 모두 완전히 다를 수 있다. 팀원의 수익이 함께 움직이는 근본적인 인과관계가 없다. 여러 시스템을 모아둔, 하나의 집합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그러니 각 개인에겐 외로운 매매일 수밖에.

양매도 선수는 조금 다르다. 양매도가 벌리는 날은 팀원들이 대체로 다 같이 버는 편이고, 양매도가 힘든 날은 팀원들이 다 같이 힘들다. 물론 힘들다고 해서 수익이 다 같이 난다는 보장은 없다. 전 팀원이 손실 한도가 걸려도, 혼자 살아남아 큰돈을 버는 선수들도 가끔 있고, 반대의 경우도 나온다. 양매도 시장 내의 모든 이들이 정어리 떼처럼, 때로는 동지이고, 때로는 포식자 앞에서 생존 경쟁을 펼치는 경쟁자다. 매수를 하는 개인들이 거래 상대방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 섞여 있는 진짜 큰 손이 우리를 다 잡아먹을 수도 있다. 가장 무서운 것은 위기의 순간 양매도 선수들끼리의 손절매 매매가 서로의 손실을 폭발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모든 매도자가 매수자로 변하는 그 순간 우리는 각자도생의 아비규환에 빠지곤 한다. 역발상보다는 무리 안에서 눈치껏 생존하는 사바나의 물소 같은 눈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양매도는 한 매매 사이클을 겪고 나면 찰나에 몇 달의 손익이 증발하는 고통을 겪게 된다. 이러한 집중적인 두려움을 떠안고 얼마나 냉정하게 매매할 수 있느냐 하는 강철의 심장을 요한다. 양매도는 오늘 장중에 북한이 도발을 하면 몇 달 치 손익이 날아가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각오로 출근해야 한다. 이런 환경들이 트레이더의 성격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불안감에 잠을 잊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포지션 트레이더다. 야간에 생기는 이벤트들이 내일의 손익이나 심지어 커리어를 통째로 날려버릴 수 있으니 밤늦게까지 시장을 보는 경우가 많다. 옛말에 ‘포지션은 잠이 오는 수준까지 줄이라’고 했다. 잠이 안 온다는 것은 과도한 위험성을 취해서 몸이 버티지 못한다는 얘기다. 몸이 버티지 못하면 정신이 버티지 못한다. 용맹해 보여서 우쭐하겠지만 허망하게 전 재산을 날릴 체질이다. 그래서 포지션 트레이더는 생각이 많다. 또한 팀원, 팀장, 심지어 회사에 많이 의존해야 한다. 해외 트레이딩 룸들은 포지션 트레이더가 다수이며, 선물옵션 외에도 어마어마하게 다양한 포지션들을 운용한다. 포지션 트레이더들은 회사가 제공하는 자원과 한도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회사와의 관계에 신경을 많이 쓰기도 하며, 대고객 매매로 전환이 가능한 확장성이 있다. 운용 사이클이 길다 보니 검증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는 편이다. 포지션이 절대적인 위험에 처하는 사이클은 약 3년이다. 그러니 3년 이하의 기간을 운용한 사람은 위기 대응 능력을 갖추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또한, 포지션에 덕지덕지 꼼수를 부려둘 여지도 많은 편이라 관리 감독이 쉽지 않다.

매매나 투자에서 극심한 위기는 주기적으로 온다. 주식은 10년, 옵션 포지션은 3년, 양매도는 1년, 스캘핑은 시시때때로 온다. 그 위기를 어떻게 맞이하고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대다수 매매기법의 핵심이다. 물 들어오는 구간에서 노 젓는 것은 젊기만 하면 가능하니까, 강세장에선 무모하고 혈기 넘치는 청춘이 최강자다. 그러나 태풍이 오고 나면 누가 생존해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아마 로보어드바이저에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감도 이런 면 때문에 아닌가 한다. 시장의 사이클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 일시적인 장세를 흉내 내는 것이라면 고객들은 처참한 결과를 맞이할 것이다. 이미 다른 이름으로 수없이 반복되었던 일이다.

출처 : 두물머리 천영록 대표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juliusc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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