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로 교수의 거꾸로 증시 이론] PCR '중앙값' 밑돈 저평가 종목, 6개월 뒤 상승률 16.3% '최고'
한국경제 | 입력 2011.11.24 17:55최종수정 2011.11.25 03:02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수만 에스엠 회장에게 위험성 큰 문화 산업에서 성공한 비결을 물었다. 그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시스템화를 통해 우연과 일회성에서 벗어나는 것." 그는 이런 수리적 마인드를 기반으로 한국 최고의 문화 사업가가 되었다. 성공적인 장기 투자의 핵심 원리도 여기에 있다.
2001년부터 10년간 국내 증시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의 중앙값은 0.9배다. 이를 중심으로 위쪽에 있던 주식은 6개월 뒤 평균 0.5% 하락했다. 반면 아래쪽에 있던 주식은 평균 15.9% 상승했다. 인기가 없던 아래쪽 주식의 수익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같은 기간 주가순이익비율(PER)의 중앙값은 9.8배였다. 이보다 위쪽에 있는 주식은 6개월 뒤 평균 5.7% 상승했다. 아래쪽에 있는 주식은 평균 15.5% 상승했다. 주가영업이익비율(POR)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중앙값이 8.3배인데 위쪽 주식은 6개월 뒤 평균 5.3%,아래쪽은 15.4% 상승했다. 주가현금흐름비율(PCR)의 중앙값 7.6배를 기준으로 위쪽 주식은 6개월 뒤 평균 4.5%,아래쪽은 16.3% 상승했다. 해당 수치가 음수인 종목은 제외했다. 예를 들어 PER이 음수여서 제외한 종목은 전체의 3분의 1 정도인데 이들의 6개월 뒤 상승폭은 평균 4.5%였다.
미국 증시를 대상으로 한 제임스 오쇼너시의 연구에서는 이들 지표 중 PBR의 정보가치가 가장 컸다. 반면 한국 증시에서는 PCR의 정보가치가 가장 크다. 즉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중요한 인자가 된다. 이는 국내 재무제표가 미국에 비해 투명성이 좀 떨어지는 탓이 아닌가 싶다.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은 기술적으로 '손보기'가 가능하다. 예를 들면 재고를 많이 잡아 평균 생산단가를 떨어뜨리면 영업이익을 높일 수 있다. 반면 현금의 유출입은 조작이 힘들다.
이들 지표에는 공통된 성질이 있다. 10년 동안 한 해도 예외 없이 해당 수치가 중앙값보다 낮은 비인기주가 수익률이 더 높았다. 네 가지 지표가 모두 중앙값보다 낮은 상태라면 6개월 뒤 수익률은 평균 21.0%였다. 이들 지표가 모두 중앙값보다 높다면 6개월 뒤 평균 0.5%의 손실이 났다. 이것이 시장에서 형성되는 인기의 실체다. 이런 성질이 내년에 갑자기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고성장주 또는 테마주는 위의 지표들을 기준으로 볼 때 대부분 인기주에 속한다. 이들은 도무지 재무제표 내용과 상관없이 주가가 형성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장부가치(순자산)와 관련이 있다. "미래에 높은 수익률을 달성해 장부가치도 대폭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근저에 있다.
하지만 장부가치보다 훨씬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꿈나무'가 몇 년 동안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더 이상 꿈나무 취급을 못 받는다. 장부가치가 기대만큼 성장하지 않은 데 대한 투자자들의 실망만큼 주가는 타격을 받는다. 대부분의 고성장주와 테마주는 이 같은 운명을 밟게 되며 극히 일부만이 투자자의 기대를 충족시키며 비상한다. 대중의 어리석음과 주파수가 잘 맞는다.
어떤 기대나 예측치도 크게 의존해서는 안된다. 실현된 수치만이 확실하다. 역발상 투자로 유명한 데이비드 드레먼은 미국의 애널리스트들이 내놓은 기업 분기 순이익 예상치 50여만건을 분석했다. 놀랍게도 평균 오차는 44%에 달했다. 순이익 상 · 하위 10%를 제외해도 오차는 23%였다. 국내 업계의 예측력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이 기업의 연말 예상 순이익을 기준으로 PER을 산출해 저평가 여부를 말하는데 오차율을 감안하면 위험한 짓이다. 직전 4개 분기의 순이익,즉 이미 실현된 수치만을 토대로 산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장의 장기적 흐름에 대한 근거 있는 확신을 가진 점액질의 투자자가 결국은 수익을 낸다. 이런 흐름 중 대표적인 예가 장부가치와 주가의 관계다.
문병로 <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moon@sn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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