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스팅에서는 달러 ETF를 이용하여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하락하는 장에서도, 단순히 손실을 줄이는 차원을 넘어 강력한 수익을 올리는 자산 배분 전략을 살펴보겠습니다.
잠시 복습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살펴본 바로는, 인버스나 달러 ETF는 장기적으로 우상향 하는 자산이 아니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의 기본 자산군으로 편입되어서는 안되며, 꼭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잠깐 투자했다가 빼는 방식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꼭 필요한 경우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투자를 한다면 비중은 어떻게 정량적으로 결정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한 바 있습니다.
Regime change 모델을 만들자
일단 이 두 가지 내용을 다루기 이전에, VAA, DAA, BAA 등의 독창적이고 기발한 동적 자산 배분 전략을 많이 만들고 있는, Wouter J. Keller의 동적 자산 배분 전략에서 배울 점 한 가지를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켈러의 동적 자산 배분 전략은 세부 로직은 다양하지만, 기본적인 틀은 비슷합니다. 그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자산군을 공격형 자산과 수비형 자산, 카나리아 자산군으로 설정
- 카나리아 자산군의 모멘텀에 따라 공격형 자산에 투자할 것인지, 수비형 자산에 투자할 것인지, 혼합할 것인지를 결정
공격형 자산에는 주식이나 장기 채권, 상품 같은 자산군들이 포함되고, 수비형 자산에는 단기채, 중기채, 회사채, 물가연동채, 현금 같은 자산군이 포함됩니다. 여기서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카나리아' 자산군이라는 개념인데, 카나리아 자산군은 현재 시장이 공격형 자산 투자(주로 상승장)에 유리한지, 수비형 자산(하락장) 에 유리한지를 판별하는 자산군입니다.
즉, 카나리아 자산군에 속하는 자산군은 직접 자산 배분 전략에 편입시키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현재의 투자 상황이 공격적인 투자와 방어적인 투자 중 어느 것에 더 적합한지를 판별하기 위한 조건으로 이용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즉, 시장의 regime를 판별하기 위한 목적이죠. 이 자산군에는 주식 인덱스와 채권 인덱스를 편입하고 있습니다.
켈러의 경우, 시장이 조금이라도 하락하는 낌새가 보이면 즉시 안전자산군으로 스위칭하기 위해 카나리아 자산군, 즉, 주식과 채권의 모멘텀 중 1개라도 마이너스로 전환되면 수비형 자산으로 교체하는 보수적인 접근법을 취하고 있습니다.
파버나 안토나치 같은 전통적인 1세대 동적 자산 배분 전략의 선구자들의 전략에는 카나리아 자산군 같은 개념이 없었는데, 켈러의 경우 이런 신박한 접근법을 이용했다는 점이 독창적이고 놀라운 점입니다. 카나리아 자산군을 주력으로 적용한 접근법으로 만든 전략이 바로 DAA(Defensive Asset Allocation) 전략입니다.
PAA, DAA, BAA 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구글 검색을 하시면 많이 나옵니다.
켈러의 접근법의 성과 (DAA 전략)
그렇다면, 이런 접근 방식으로 만든 DAA 전략의 성과는 어땠을까요?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출처 : https://quantist.co.kr/daa_pages
보시다시피, 정적 자산 배분 전략보다야 당연히 낫지만, 우리가 기대하는 것만큼 하락장을 확실히 헤지해주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DAA 전략의 수비형 자산군의 구성에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DAA 전략의 수비형 자산에는 단기국채, 중기국채, 회사채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사실 여기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안전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단기 국채 밖에 없습니다.
중기 국채(10년 만기)나, 회사채 모두, 주식과 채권의 음의 상관관계가 유지되는 '일반적인' 상황에서나 안전 자산이지, 주식과 채권이 다 떨어지는 요즘 같은 구간에서는 그저 주식보다 조금 덜 떨어지는 위험자산일 뿐입니다.회사채는 사실상 주식과 유사한 채권이기 때문에 이것도 노답이고요.
따라서, 글로벌 시장의 전반적인 동향을 판별할 수 있는 글로벌 마켓 주식의 움직임과 종합 채권의 움직임 중 단 1개라도 마이너스 모멘텀을 가지면, 잽싸게 안전 자산으로 피신한다는 신박한 아이디어 자체는 좋았지만,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하락하는 이런 장에서는 실컷 안전자산이라고 해서 옮겨논 자산조차 똑같이 하락하는 채권이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수익 곡선이 망가지는 것은 피할 수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카나리아 자산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봤자, 결과적으로 하락하는 채권에 또 투자해버리기 때문에, 이게 무용지물이 된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산 배분 전략을 비판할 때, 아무런 근거와 논리도 없이 수익 곡선이 꺾이면 그냥 무조건 과최적화라고 얘기하는 경향이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수익 곡선이 망가지는데는 다 분명한 근거와 논리가 있는데, 로직상에서 이것을 찾아낼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카나리아 자산군이라는 신박한 개념을 도입하고, 조금이라도 시장이 꺾이면 안전 자산군으로 옮긴다는 개념 자체는 굉장히 높이 살만 하고 이는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지만,
정작 주식과 채권 같은 자산 모두가 하락할 때, 안전자산이라는 것에 채권을 배치한 것이 DAA의 구조적인 치명적인 결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켈러는 이 전략을 만들고 백테스트할 때 이런 구간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이를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는 충분히 예상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살짝 아쉬운 면이 있습니다.
진짜로 안전한 자산 배분 전략은?
그렇다면, 우리는 이 전략을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까요? 다음과 같이 진행하면 됩니다. 전략의 개념을 단순화시키기 위해, 국내 주식, 국내 10년 채권, 국내 3년 만기 국고채 3개의 자산군으로 구성된 동적 자산 배분 전략을 생각해봅시다. 12개월 평균 모멘텀 스코어를 이용한 동적 자산 배분 전략입니다.
현금은 사실상 분산 및 버퍼링을 위한 자산군이기 때문에, 사실상 이 전략의 메인 자산군은 주식과 장기 채권 2가지 입니다. 자산군이 딱 2가지이기 때문에, 카나리아 자산군을 따로 설정하기가 애매하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주식과 장기 채권이 모두 하락하는 아주 짜증나는 장은, 굳이 카나리아 자산군이라는 개념을 이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에게는 12개월 평균 모멘텀 스코어라는 막강한 무기가 있기 때문입니다.평균 모멘텀 스코어는 0~1 사이의 값을 가지지요. 0.5는 중립적이고, 0.5보다 크면 상승, 0.5보다 작으면 하락 추세입니다. 1이면 매우 강한 상승, 0이면 매우 강한 하락입니다.
평균 모멘텀 스코어 자체가 연속적인 값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과최적화 위험이 없고, 분산 효과가 크다는 것이 막강한 장점입니다. 우리는 평균 모멘텀 스코어를 이용해서 시장의 regime을 판별할 수 있습니다. 즉, 주식과 채권의 평균 모멘텀 스코어의 평균이 특정 역치 이하인 경우, 답이 안나오는 장으로 정의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자면, 주식과 채권의 평균 모멘텀 스코어가 0.7과 0.3이라고 칩시다. 이럴 경우, 이 두 자산의 모멘텀 스코어의 평균은 (0.7+0.3)/2 = 0.5가 됩니다. 즉, 비록 채권의 모멘텀은 약하나, 주식의 모멘텀은 강하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전체의 평균적인 움직임은 비록 약하지 않다고 판정할 수가 있는 것이지요. 즉, 주식과 채권 모멘텀의 평균을 하나의 카나리아 자산처럼 생각할 수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주식과 채권의 상관성은 음으로 유지되고, 일부 구간에서만 상관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정적 자산 배분 전략이건, 동적 자산 배분 전략이건, 주식과 채권의 모멘텀의 평균이 0.5 정도 이상으로만 나와준다면, 자산 배분 전략에는 무난한 장으로 판정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어느 자산이 내려가도 다른 자산이 올라가 주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전체는 최소한 큰 손실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우리는 진짜로 자산 배분 전략의 분산 효과가 유지되는 정상적인 시장 환경인지 그렇지 않고 지금 같은 비정상적인 환경인지를 구분하는 regime을 주식과 채권의 평균 모멘텀의 평균으로 결정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이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낮은 경우, 우리는 이 시장은 정말 비정상적인 장이라고 판정할 수 있고 이 때는, 어차피 채권도 똑같이 떨어지는 마당이므로 과감하게 인버스나 달러 같은 정반대로 움직이는 자산군을 일정 부분 편입시키는 전략을 취하면 됩니다.
논리적으로 타당하지요? 그래도 이러한 자산군은 보조적인 자산군이기 때문에 비중을 과도하게 높이거나 지속적으로 투자해서는 안됩니다. 따라서, 이런 자산군은 시장이 정말로 나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만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0.5가 상승과 하락의 기준점이니, 주식과 채권의 모멘텀의 평균이 0.5보다 낮다고 인버스나 달러를 편입시키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확실하게 나쁜 상황에서만 편입시켜야 하므로, 이 역치를 0.2 ~ 0.4 정도로 조절하면 비슷하게 훌륭한 성과가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식 채권 평균 모멘텀의 평균이 0.3 이하인 경우, 주식과 장기 채권 대신 달러 ETF를 편입시키는 전략을 쓰면 수익곡선은 다음과 같이 됩니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상황인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 주식 평균 모멘텀 스코어 : 0.2
- 장기 채권 평균 모멘텀 스코어 : 0.1
- 현금 평균 모멘텀 스코어 : 1 (항상 1로 고정)
이 경우, 주식과 장기 채권의 평균 모멘텀 스코어의 평균이 0.15 < 0.3 이므로, 주식과 장기 채권에 투자하지 않고, 나머지 비중을 달러로 대치합니다. 이 때 주식과 채권에 해당하는 자산의 비중은 1-해당 자산의 모멘텀 스코어입니다. 즉, 위와 같은 상황에서 베팅 비중은 다음과 같습니다.
- 주식 비중 (달러로 대치하여 투자) : 0.8 (1-0.2)
- 장기채 비중 (달러로 대치하여 투자) : 0.9 (1-0.1)
- 현금 : 1
즉, 위와 같은 상황일 경우, 주식과 장기 채권에는 투자하지 않고 달러와 현금에만 투자하게 되며, 이 때, 달러 : 현금 = 1.7 (0.8+0.9) : 1 이 됩니다.
혹시나 0.3 이라는 수치를 기준으로 평균이 왔다 갔다 해서 휩소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하실지 모르지만, 주식이나 채권의 개별적인 모멘텀 수치가 아니라, 이 둘을 합친 평균은 휩소가 거의 없습니다. 이는 글로벌한 시장의 평균적인 상관성을 반영하는 일종의 매크로 지표의 성격을 지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13년부터 2022년 9월까지 데이터로 판별해보면, 2013년부터 2021년 8월까지는 단 한달도 빼놓지 않고 0.3보다 컸고, 2021년 9월부터 현재까지는 단 한달도 빼놓지 않고 모두 0.3 이하였습니다.
즉, regime change를 하는 판별식으로서의 휩소는 거의 없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없었습니다. (물론 이것도 0.3 이라는 역치를 기준으로 한 것이고 앞으로의 시장에서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자산 배분 전략을 돌릴 경우, 아래와 같은 수익곡선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격형(달러) 로 표시된 수익 곡선입니다. 동일 비중은 주식채권현금 동일 비중 전략이고, 코스피와의 수익곡선과도 비교해보시기 바랍니다.
이런 개념을 응용하면 달러 대신 해당 구간에서 주식과 채권의 인버스를 편입하고 비중 또한 정량적으로 대치하는 방법으로 응용할 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응용법
인버스나 달러 같은 자산군은 현금흐름을 창출하지는 않지만, 이와 같이 시장이 극단적으로 움직이는 테일 구간에서는 단순히 헤징하는 차원을 넘어 강력한 수익을 주는 효자 구실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자산군은 메인 자산군의 평균 모멘텀이 아주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을 때만 작용하기 때문에, 시장의 평균 모멘텀이 0.3보다 조금만 높아지면(조금만 시장이 반등하면), 이 자산군은 자동적으로 포트폴리오에서 빠지고, 다시 기본 자산군으로 돌아간다는 것도 강력한 장점입니다.
평균 모멘텀 스코어를 일종의 카나리아 자산군처럼 이용하면, 지금의 전략을 기본으로 하여 아주 다양한 변종의 자산 배분 전략을 많이 만들 수 있는데요, 이 부분은 다음 포스팅에서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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